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사실 책은 꽤나 아름다운 내용을 담고 있었고
감동적인 내용들이 담백하면서도 담담한 문체로 잘 서술되어 있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스르륵. 그런 느낌으로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소설의 내용이 아닌 소설을 이루는 뼈대. 즉 소재에서 좀 불만이 있었습니다.


아무렇게나 말 한 숫자가 어떤 의미인지 바로바로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한 박사가 있습니다.
다만 불행하게도 교통사고 때문에 그의 기억은 80분을 넘을 수 없지요.

..
이 말이 무엇인고 하니.
80분마다 이 사람은 교통사고가 난 그해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나는 누구이며.
나는 어디에 있으며
나는 왜 이렇게 되어 있는가.

라는 살면서 '아주' 진지하게 하면 몇번이나 해볼까 하는 그 질문을 이 사람은 80분에 한 번씩 하고 있는겁니다.
게다가 80분마다 자신은 두뇌에 문제가 있으며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반쪽짜리 인간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게 되는 것이죠.

비록 지난번에 받은 (그러니까 80분전에 받은 충격이 이미 사라져) 박사에게는 매번 같은 크기의 심적 충격이 다가오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박사가 겪어야 할 고통의 총량이 줄어드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살아가는 내내 겪어야 하는 것이니 너무 잔인한 일이 되겠죠.

저런 끔찍한 장애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정부와 그녀의 아들에게 수학을 가르치고 우정을 쌓아나가는 박사의 모습이 너무나 아름답기에 책의 내용에 대하여 불평 불만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그런 '일상에 가까운' 삶을 영위하기 위해 박사가 기울여야 했던 노력에 대하여는 조금도 기술되어 있지 않은 것만 같아 가슴이 좀 아픕니다. - 뭐 이런 부분에 대하여 이야기 하려면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을 이용했어야 하니 감동이 훨씬 덜했을지도 모르겠군요 후후


바쁜 일상때문에 버석버석 말라가는 마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러니까 봄비처럼 '그래도 세상은 살만하지 않은가' 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주고 힘 내게 해주는
그런 현실도피성 문학인 것만 같아. 추천입니다.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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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輝 | 2009/04/06 01:18 | 미분류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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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상철 at 2009/04/06 08:52
이 책 영화로 만든 것도 인기 있었답니다. 기회가 되면 함 보세요.
영화가 더 좋았단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전 기회가 안 되서 못 봤답니다. 하하.
Commented by 빛날輝 at 2009/04/07 18:41
하하! 안 보신 영화를 추천하시다니요!!

라지만 뭐 평소의 상철님 안목을 생각하면 상철님의 제안을 따르는 것은 잠재적인 이득을 기대하고 행동하는 것이 될 테니까요 후후.


사실 이 책도 여친님이 추천하신 것이라 그분 뫼시고 같이 영화를 보면 되겠군요 감사감사!
Commented by 발칸 at 2009/04/08 23:50
아아 왠지 메멘토가 생각나서 슬프네요. 하루도 아니고 한시간 20분이라니..
영화 한편도 다 보지 못하는 짧은 시간이네요..
Commented by 빛날輝 at 2009/04/09 13:35
뜨악. -_ - 그렇군요. 그렇다면 영화를 보기 시작할 때 러닝타임을 체크해야 하고 만약에라도 80분이 넘는다면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을 메모해서 몸에 달아놔야(이 부분은 책에 나옵니다.)하니 앞 80분은 메모를 보고 후반부를 영화를 봐야 하는 상황이라니 크아!!

눈 앞에 심영선생의 얼굴이 지나갑니다.
Commented at 2009/04/09 06:02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빛날輝 at 2009/04/09 13:38
하하 뭐 그렇죠. 그리고 사실은 그것이 좀 실수였나. 라는 생각을 하고 있기도 하구요. 허술한 낚시에는 낚이지 않는 대인배라는 사실만 확인했어요.

후후
그래도 언젠가 모두가 진실을 알게 되는 날이 오면 우리는 좀 이쁨받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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