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지음, 윤혜신 옮김 / 태동출판사
나의 점수 :







아 오래 걸렸습니다.

12/31에 빌렸는데 3월이 시작되고야 다 읽었으니 햇수로는 무려 2년간 읽은 책이 되는군요;
최장기록이 될 것 같습니다. 후후

사실 개인적으로 프랑스 문학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 같은 것이 존재하는지라 몇번을 시도해도 번번히 프랑스 작가들의 책은 실패했었고 별다른 재미 역시 느끼지 못했기에 (왜 그럴까요 번역의 문제일까요? 아니면 불어가 가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어감 때문일까요) 이번 웃는 남자 역시 몇번이고 집어 던지고 다시 집어들고를 반복한 것 같습니다.

로아나 - 여왕의 신비한 불꽃  을 읽으며 에코가 묘사한 그윈플레인과 레이디 조시언의 내실에서의 만남 장면이 준 인상이 너무나 강렬했기에, 직접 앞 뒤 페이지에서의 시간의 흐름과 내용의 흐름을 느껴보고자 시작했었었습니다. 만

(글쎄 위고의 다른 책을 읽지 않아 뭐라 이야기 하긴 많이 어렵지만서도;)
어찌나 장황하고 어찌나 세상에 대한 묘사가 많은지. -_   - 당췌 메인스트림은 진행되지 않고 틈만 나면 그 당시의 복식과 시대상, 계급과 관료제 따위를 설명하는데 지면을 할애하고 있으니. 저 같은 서사적 관점에서의 즐거움 때문에 책을 읽는 사람은 도저히 못 해먹겠다 싶은 생각이 몇번이나 들더군요;

오히려 예전에 배운 미시사 라는 학문 - 개인의 장대한 기록을 바탕으로 그 당시 시대상을 역으로 유추하는 학문으로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종교재판에 회부되어 엄청나게 오랜 시간 동안 취조를 받으며 모든 대화를 기록한 한 사람의 기록에 의해 발생하고 그 사람 이외에 다른 기록이 존재하지 않아 이름만 남아있는 학문 - 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았습니다.

우르수스의 웅변과 작가의 시대 묘사를 보고 있으면 제 자신이 마치 중세 영국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될 법도 하지만 그 묘사와 웅변이 너무나 장황하고 목적을 잃었기에 몰입은 좀 어려운 면이 있었습니다. 오히려 짜증이 났었죠.


게다가
그윈플레인이 작위를 찾고 예전의 신분을 회복하여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신의 캠프로 돌아가는. 그리고 정작 돌아갔으면서도 아무것도 얻지 못하는 부분은 위고가 거대하게 벌려놓은 스케일을 깔끔하게 마무리 짓지 못하고 대충 수습하기 위해 선택한 우울하고도 무의미한 결론처럼 보여 재미가 상당히 반감되었습니다.

뭐 물론 아무것도 할 줄 모르고 서커스단에서 자란 청년이 한번에 귀족으로 탈바꿈하여 일종의 개혁을 일으킨다는 설정도 유치하고 말이 안 되긴 하지만 '소설 속의 주인공의 활약을 통해 현실의 부조리를 타파하는 꿈을 꾸는 사람들의 변변찮은 배설욕구'를 기대했던 제게는 너무나도 잔인하고 무의미한 결론이 아니였나 생각을 해봅니다.


단순한 시대 묘사. 무엇을 위한 이야기인가. 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이글루스 가든 - 천 권의 책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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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날輝 | 2009/03/10 20:17 | 느끼고 지껄이기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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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페리 at 2009/03/10 20:26
어느시대인가요?
Commented by 빛날輝 at 2009/03/10 21:18
영국 , 크롬웰의 공포정치가 끝난 직후, 공화정에서 왕정 복고가 진행되면서 사람들 모두가 정치적 정체성의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는 시점.
Commented at 2009/03/10 20:5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빛날輝 at 2009/03/10 21:19
사실 학문의 이름은 남아 있고 그 이름을 차용하여 어떤 연구를 진행하는 사람들은 많이 남아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한 연구가 '정확하게' 다시 이루어 지고 있는 것인 아닙죠. 그러니까 단어의 정의적 측면에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야기.

뭐 그 의미를 빌어 설명하고자 하는 시도들은 많이 있겠지만요
Commented by 미로 at 2009/04/11 23:15
오 이 책이 이미 오래 전에 번역이 되어 있었네요. 제임스 엘로이의 <블랙달리아>에서 인용되는 걸 보고 기억하고 있었어요. <블랙달리아>에서 웃는 모습으로 끔찍하게 죽은 여인의 형상과 겹쳐지는 중요한 모티브였던 거 같은데...
Commented by 빛날輝 at 2009/04/14 18:55
사실 뭐 블랙달리아에서의 인용은 그렇게까지 중요한 것은 아니였다고 생각합니다. 그윈플레인의 존재가 갖는 이미지. 혹은 그의 얼굴이 갖고 있던 시대적, 사회적 에너지를 차용하기 위하여 웃는 얼굴로 죽은 시체를 만들었던 것일까요?

블랙달리아를 보고 싶지만 때를 놓쳐 보지 못하여 정확하게는 말씀드리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만. 음. 어떤 모순된 존재로서의 인용이 아닐까 싶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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